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5/06 2

개구리소리/김규련

개구리소리/김규련지창에 와 부딪치는 요란한 개구리소리에 끌려 들에 나와 서성거려 본다. 저녁 나절 몹시 불던 바람은 잠이 들고 밤은 이미 이슥하다.모를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물이 가득 잡힌 빈 논에는 또 하나의 밤하늘이 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개구리소리는 연신 하늘과 땅 사이의 고요를 뒤흔들고 있다. 와글거리는 개구리소리에 물이랑이 일 적마다 달과 별은 비에 젖은 가로등처럼 흐려지곤 한다. 첩첩한 산이며 수목(樹木)들은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다. 그들도 이 밤에 개구리소리에 묵묵히 귀를 모으고 있는 것일까.개골 개골 개골 가르르 가르르 걀걀걀걀. 산골의 개구리는 진달래가 피었다가 지고 제비꽃이 논둑에 점점이 깔릴 무렵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녹음 속에서 매미소리가 울려..

좋은 수필 2024.05.06

청자 사발 / 이언주(은영)

청자 사발   /    이언주(은영)     내 책상 위에는 청자사발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다. 긴 시간을 찻장에서 무심히 얹혀 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눈길만 마주치면 이 그릇이 무슨 말인가를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내 책상 위로 옮겨 앉았다.  중국 윈난성(雲南城)에 있는 진샤강(金沙江) 상류를 여행할 때 일이다.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기는 하지만, 워낙 오지여서 하루 종일 기다려야 여행객 한 둘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곳이다. 그때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강가에 남루한 사내가 지나가는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보자기를 펼쳐놓고 그 위에다 쇠뼈에 조각된 불경과 오래된 나시족의 장신구며 생활에 쓰이던 잡다한 도구들을 늘어놓았다. 우리를 본 사내..

좋은 수필 2024.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