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향기로운 글 9

북미 원주민의 달력

북미 원주민의 달력 1 월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 아리카라족 나뭇가지가 눈송이에 뚝뚝 부러지는 달 / 쥬니족 얼음 얼어 반짝이는 달 / 테와 푸에블로족 바람 부는 달 / 체로키족 2 월 물고기가 뛰노는 달 / 위네바고족 홀로 걷는 달 / 수우족 기러기가 돌아오는 달 / 오마하족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 / 테와 푸에블로족 3 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 체로키족 암소가 송아지 낳는 달 / 수우족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 아라파호족 4 월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 블랙푸트족 머리 밑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 체로키족 거위가 알을 낳는 달 / 샤이엔족 옥수수 심는 달 / 위네바고족 5 월 들꽃이 시드는 달 / 오사지족 말이 털갈이하는 달 / 수우족 오래 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향기로운 글 2023.06.22

잠의 종류

잠의 종류 갈치잠, 발칫잠, 칼잠, 봉놋잠, 새우잠 ​ 장소 문제로, 즉 공간이 좁아서 제대로 편하게 자지 못하는 경우를 묘사한 말들이다. ​ 갈치-잠 명사 /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끼어 자는 잠. 좁은 방 한 칸에 열두 명이 자려니 어쩔 수 없이 모두 갈치잠을 잘 도리밖에 없었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 갈치라는 생선이 길고 좁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외형의 특징을 빗대 만들어진 낱말일 듯하다. ​ 발칫-잠 발음 [ 발치짬 ] [ 발칟짬 ] 명사 / 남의 발이 닿는 쪽에서 불편하게 자는 잠. 발칫잠을 자다. 어려서부터 길러 내듯이 보아 오던 문희니 발칫잠쯤 재우는 것이 싫을 것은 없었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 ‘발칫잠’은 대개 경험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은 발칫잠을 ..

향기로운 글 2022.01.27

그릇의 종류

가. 그릇의 종류 귀박:나무를 직사각형으로 네 귀가 지게 파서 만든 함지박. (예)저 귀박에 담아둔 밤은 작은댁에 보낼 거니까 손대지 말아라. 대고리:대오리로 엮어 만든 고리. (예)그는 부업으로 대고리를 만들어 파는데 플라스틱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부터 눈코 뜰새 없이 바빠졌다. 댕댕이바구니:댕댕이 덩굴의 줄기로 엮어 만든 바구니 (예)길녀는 그 사내를 보자 댕댕이바구니를 내팽개친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동고리:둥글납작한 작은 버들고리. (예)삼십년 넘게 쓴 어머니의 반짇고리는 바로 시집 오실 때 가져 오신 동고리 였다. 동방구리:동이보다 배가 부른 질그릇 (예)동방구리에 쌀을 가득 담아 두었는데 장마가 지니까 바구미가 득실걸렸다. 밀박:큰 바가지 (예)어른 하나가 들어가도 충분할 그 큰 독의 물도 밀박..

향기로운 글 2022.01.11

새로운 오늘

새로운 오늘 해롤드 라미스 감독의 1993년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와 마음가짐의 힘에 대해 유쾌한 스토리로 교훈을 전합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스스로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왕자병 중증의 기상 캐스터 필 코너스에게 한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취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투덜거리며 도착한 필은 서둘러 형식적으로 취재를 끝내지만, 폭설로 길이 막혀 다시 마을로 돌아와 하룻밤을 묵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낡은 호텔에서 눈을 뜬 필은 어제와 똑같은 라디오 멘트를 듣게 되고, 축제가 끝났는데 또다시 축제 준비로 부산한 마을의 모습을 보고 경악합니다. 분명히 하루가 지났는데 내일로 넘어가지 않고 축제의 날이 반복되고 있던 것입니다. 황당한 일이 일어나자 필은 돈 가방 훔치기, 축제 망치..

향기로운 글 2021.06.15

느린 달팽이에게도 충고하지 마세요

느린 달팽이에게도 충고하지 마세요.. 커프만 부인이 자신의 책 "광야의 샘"에서 이런 경험을 털어 놓았다 어느날, 그녀는 누에고치에서 번데기가 나방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 보았다 바늘 구멍만 한 틈새에서 몸 전체가 비집고 나오려고 한나절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안쓰러운 생각에 가위로 구멍을 넓혀 주었다 커진 구멍으로 쉽게 빠져 나온 나방은 공중으로 솟아오르려고 몇번을 시도하더니 결국 날지못하고 땅바닥을 맴돌았다 그녀는, 나방이 작은 틈새로 나오려고 애쓰는 시련을 거치면서 날개의 힘이 길러지고 물기가 알맞게 말라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편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고통을 싫어하고 기쁨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고통이 없고 기쁨만 있다면 인간의 내면은 결코 여물 수 없다 나방처럼 난..

향기로운 글 2021.05.27

원고지 위의 여행자

원고지 위의 여행자 라는 여행에세이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날 아침 어디선가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3년간의 긴 유럽여행을 떠났습니다. 단지 북소리의 특별한 느낌에 몸은 반응했고 그것이 떠남의 이유가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가 긴 여행에서 돌아와 깨달은 것은 글을 쓰는 일, 즉 자기가 하는 일 그 자체가 바로 여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내가 가졌던 생각에 무언가를 (삭제)하고 거기에 무언가를 (삽입)하고 (복사)하고 (이동)하여 새롭게(저장)할 수 있다는 것에서 얻은 깨달음이었습니다. 백지로 머물러있는 원고지 위의 여행.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 대로라면, 작가 여러분들은 무엇보다 사랑하는 우리의 모국어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훌륭한 여행자가 아닐까요?

향기로운 글 2021.05.20

여인은 꽃잎 같지만 엄마는 무쇠같다 ​

여인은 꽃잎 같지만 엄마는 무쇠같다 ​ 여인은 꽃잎 같아서 항상 관심에 물을 주고 별빛 같은 눈빛으로 자기만 바라보기를 고집하며 가끔은 퀴피트 화살을 맞아 쓰러지길 원하며 가르치는 선비보다 유머가 풍부한 코미디언을 더 좋아한다. ​ 여인으로 살아갈 때는 꽃잎이 피는 것에도 화들짝 놀라며 감동을 하며 풀잎에 애처롭게 매달린 이슬을 보아도 안쓰러워 눈물을 흘리지만 ​ 엄마로 살아갈 때는 꽃을 꺾으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며 소슬바람에도 흔들리며 감동하던 여인이 태풍에도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엄마가 되더라. 여인으로 살아갈 때는 명품이 아니면 옷이 아니라고 쳐다보지도 않고 외식을 할 때 갈빗집이 아니면 외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투정을 부리던 여인이 엄마로 살아갈 때는 장날표 싸구려도 유명..

향기로운 글 2021.05.20

부부는 이런 거래요

부부는 이런거래요 부부는 항상 서로 마주보는 거울과 같은 거래요 그래서 상대방의 얼굴이 나의 또 다른 얼굴이래요 내가 웃고 있으면 상대방도 웃고 내가 찡그리면 상대방도 찡그린대요 그러니 예쁜 거울속의 나를 보려면 내가 예쁜 얼굴을 해야겠지요 부부는 수평과 같아야 한대요 그래야 평생 같이 갈 수 있으니까요 조금만 각도가 좁혀져도 그것이 엇갈리어 결국은 빗나가게 된대요 부부는 도를 지키고 평생을 반려자로 여기며 살아가야 한대요 부부는 무촌이래요 너무 가까워 촌수로 헤아릴 수 없대요. 한 몸이니까요. 그런데 또 반대래요 등 돌리면 남이래요 그래서 촌수가 없대요 이 지구상에 60억이 살고 있는데 그 중의 단 한 사람이래요 얼마나 소중한 이 세상에 딱 한 사람... 둘 도 아니고 딱 한 사람... 나에게 가장 귀..

향기로운 글 2021.05.16

참을인(忍) 자의 비밀

참을인(忍) 자의 비밀 참을 인(忍)자는 칼날 인(刃)자 밑에 마음심(心)자가 놓여있습니다. 이대로 참을 인(忍)자를 해석하자면 가슴에 칼을 얹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시퍼런 칼이 내 가슴 위에 놓여 있습니다. 잘못 하다가는 가슴 위에 놓인 칼에 찔릴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와서 짜증나게 건드린다고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움직여봤자 나만 상하게 됩니다. 화나는 일이 생겨도, 감정이 밀어닥쳐도 죽은 듯이 가만히 기다려야 합니다. 이렇듯 참을 인(忍)자는 참지 못하는 자에게 가장 먼저 피해가 일어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 평정을 잘 유지할 줄 아는 것이 인내입니다. 참을 인(忍)자에는 또 다른 가르침이 있..

향기로운 글 202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