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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종류

에세이향기 2022. 1. 27. 09:17

잠의 종류

 
 
 

갈치잠, 발칫잠, 칼잠, 봉놋잠, 새우잠

장소 문제로, 즉 공간이 좁아서 제대로 편하게 자지 못하는 경우를 묘사한 말들이다.

갈치-잠
명사 /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끼어 자는 잠.
좁은 방 한 칸에 열두 명이 자려니 어쩔 수 없이 모두 갈치잠을 잘 도리밖에 없었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갈치라는 생선이 길고 좁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외형의 특징을 빗대 만들어진 낱말일 듯하다.

발칫-잠
발음 [ 발치짬 ] [ 발칟짬 ]
명사 / 남의 발이 닿는 쪽에서 불편하게 자는 잠.
발칫잠을 자다.
어려서부터 길러 내듯이 보아 오던 문희니 발칫잠쯤 재우는 것이 싫을 것은 없었다. <<염상섭, 댄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발칫잠’은 대개 경험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은 발칫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칼-잠
명사 / 충분하지 아니한 공간에서 여럿이 잘 때 바로 눕지 못하고 몸의 옆 부분을 바닥에 댄 채로 불편하게 자는 잠.
인원이 불어날 때는…여섯 사람씩 모두 엇누워서 소위 칼잠을 자야 하는데 비끗 한 번 돌아누울 틈도 없다. <<이호철, 문>>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갈치잠, 발칫잠이란 말도 쓰겠지만 자리가 좁아 불편하게 자는 잠은 ‘칼잠’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옆구리가 바닥에 닿으니 몸이 칼처럼 서 있다고 하여 ‘칼잠’이라 부른다.

봉놋잠
형태[+봉노ㅅ+자-ㅁ]
주막집에서 여러 나그네가 모여 한방에서 자는 잠. 편히 자지 못하는 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할아버지는 가난하던 시절에 동저고릿바람으로 봉놋잠을 자던 얘기를 자주 하셨다.
[출처 :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봉놋잠’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와 있지 않다. 그런데 이 말의 어원이 된 ‘봉노(여러 나그네가 한데 모여 자는, 주막집의 가장 큰 방.)라는 말 자체가 이제 더 이상 쓰이는 말이 아닐 테니 ’봉놋방‘이 표준어로 들어오기란 난망하다.

‘새우잠’ 역시 비좁은 수면공간과 관련이 있는 말이지만 내일 다른 낱말들과 함께 올리기로 한다.


토막잠, 도둑잠, 쪽잠, 한잠, 꾸벅잠

불편한 잠에는 크게 시간적인 이유로 인한 것과 공간적인 이유로 인한 것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심리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겠다. 그 가운데 잠을 잘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을 때 잠깐씩 자는 잠을 묘사하는 말들을 모았다.

토막잠
형태[+토막+자-ㅁ]
명사 / 일을 하다가 잠깐 동안 자는 잠.
잠깐 토막잠을 자고 났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출처 :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토막잠’은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는 말이다. 하지만 다음에 올리는 ‘도둑잠’보다도 의미가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말이다.

도둑-잠
발음 [ 도둑짬 ]
명사 / 자야 할 시간이 아닌 때에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몰래 자는 잠.
도둑잠을 자다가 들키다.
우리는 잠이 부족하였으므로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교대로 도둑잠을 잤다.
비슷한 말/ 도적잠 盜賊잠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쪽-잠
발음 [ 쪽짬 ]
명사 / 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고 났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그들은 밤이면 수림 속에서 쪽잠을 자고 낮이면 산을 헤매었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인삼 한 뿌리 캐지 못하였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한-잠1
명사 / 잠시 자는 잠.
밤새 한잠도 못 자다.
낮잠이라도 한잠 주무세요.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쪽잠’은 꽤 흔히 쓰는 말이다. ‘한잠’의 뜻은 다소 모호하다. 시간이 없어서 잠을 자지 못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 함께 올렸다.

꾸벅-잠
발음 [ 꾸벅짬 ]
명사 / 고개를 꾸벅거리며 조는 잠.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꾸벅잠’ 역시 잠을 잘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꾸벅거리면서라도 잠을 자는 것일 테니 함께 올린다.


헛-잠
발음 [ 헏짬 ]
명사
1.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잠.
그는 헛잠을 자며,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검홍이는 건넌방 윗간에서 헛잠을 자고 드러누워서 소리 없는 눈물이 베개에 젖었으니…. <<김교제, 치악산>>
2. 잔 둥 만 둥 한 잠.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헛잠’에는 다른 뜻도 있는데 ‘헛일’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로 ‘헛’이 쓰인 것이다.

꾀-잠
발음 [ 꾀잠 ] [ 꿰잠 ]
명사 / 거짓으로 자는 체하는 잠.
꾀잠을 자다.


선-잠1
발음 [ 선ː잠 ]
명사 / 깊이 들지 못하거나 흡족하게 이루지 못한 잠.
선잠을 깨다. 선잠이 들다.
시험 때문에 긴장을 해서인지 어젯밤에는 내내 선잠만 잤다.
그 돌연한 소동에 선잠에서 깨어난 마가가 간신히 정신을 수습했을 때는 이미 온몸이 멍석 위의 안반에 꽁꽁 묶인 후였다. <<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비슷한 말/ 겉잠
잘못된 표현/ 설잠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선잠’은 ‘설다’에 ‘잠’이 결합한 말이다. 이 때문에 ‘설잠’으로 쓰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인정되지 않는다. ‘설다’는 밥이나 술 등이 제대로 익지 않은 경우 외에도 아예 ‘잠이 모자라거나 깊이 들지 아니하다’라는 뜻도 있다.

겉-잠
발음 [ 걷짬 ]
명사
1. 깊이 들지 않은 잠.
겉잠 들다.
어린애는 쌔근쌔근 겉잠이 어리어리 든 모양이더니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을 뒤흔들며 찌르는 듯이 또 울어 젖힌다. <<염상섭, 삼대>>
2. 겉으로만 눈을 감고 자는 체하는 일.
비슷한 말/ 선잠1 여윈잠 수잠
북한어/ 여우잠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관련규범해설
‘겉잠’과 ‘수잠’이 모두 널리 쓰이므로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
표준어 규정 3장 5절 26항

‘겉잠’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 다루는 것과 부합하는 뜻은 첫 번째 것이다. 겉잠이 있으면 속잠도 있다. ‘깊이 든 잠’이란 뜻이다. 이는 뒤에서 다시 다룬다.

수-잠
발음 [ 수ː잠 ]
명사 / 깊이 들지 않은 잠.
밤에는 팔다리가 아파서 뒤척이느라 수잠을 잤다. <<박경리, 원주 통신>>
실은 잠도 두어 시간 전부터는 간간이 의식을 헤집고 들어오는 거리의 소음과 짧은 악몽의 뒤엉킨 수잠이었다. <<이문열, 변경


토끼-잠
명사 /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
문 여는 소리에 토끼잠에서 깬 아이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그는 일정에 쫓겨 차에서 식사를 하고 비행기에서 토끼잠을 잤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토끼는 초식동물로 먹이사슬에서 잡아먹히는 처지이다 보니 깊이 잠들지 못하고 늘 긴장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뜻이 반영된 말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토끼는 눈이 빨갛다고 인식되는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충혈이 되니 여기서 온 말일 수도 있겠다.

벼룩-잠
발음 [ 벼룩짬 ]
명사 /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꾸 자다가 깨는 잠.
경비병들은 총을 옆에 끼고 웅크린 채로 벼룩잠을 잤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벼룩도 어디에 진득하게 앉아서 깊게 잠들 만한 형편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벼룩잠’이란 말이 만들어진 것 같다.

여윈-잠
명사 / 깊이 들지 않은 잠.
같은말/ 겉잠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여윈잠’은 ‘여위다’에 ‘잠’이 결합해 만들어졌을 텐데, 그 뜻의 변화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여위다’에 여러 뜻이 있고, 그것들은 대개 무엇인가 나쁜 상황으로 변화하는 것을 묘사하기는 하지만 ‘여윈잠’의 뜻으로 가져올 만한 것은 없다.

뜬-잠 / 밤에 자다가 눈이 떠져서 설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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