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손이나무*
윤명수
비진도 팔손이나무는
여덟 개 손을 가지고도 늘 바쁘다
저 손은
난중일기를 썼던 이순신 장군의 붓이요
임진년 조선수군의 칼이요
액막이굿판을 벌리는 무당의 부채요
연애하는 순이의 붉은 입술이요
돌 문어를 잡아 올리는 해녀의 갈쿠리요
다랭이 논갈이를 하는 우직한 소의 뒷발이요
섬을 싣고 다니는 유모차 바퀴요
성난 염소의 뿔이다
비진도를 사랑하다가
비진도의 손이 되어버린 팔손이나무
그래서 사시사철 쉴 틈이 없다
*천연기념물 제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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