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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늙은 호박 / 박철영

에세이향기 2023. 7. 16. 19:26

늙은 호박 / 박철영

세상사를 말할 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 피다 지고 맺힌
늙은 호박덩이 일지라도
긴 여름을 허투루 살지
않았네

삼복 지나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지칠 줄 
몰랐을 저 불 같은 성정
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

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
두 동강을 낸 뒤에야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 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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