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11월 배한봉 늑골 뼈와 뼈 사이에서 나뭇잎 지는 소리 들린다 햇빛이 유리창을 잘라 거실 바닥에 내려놓는 정오 파닥거리는 심장 아래서 누군가 휘파람 불며 낙엽을 밟고 간다 늑골 뼈로 이루어진 가로수 사이 길 그 사람 뒷모습이 침묵 속에서 태어난 둥근 통증 같다 누군가 주먹을 내지른 듯 아픈 명치에서 파랗게 하늘이 흔들린다 ♦ ㅡㅡㅡㅡㅡ 나뭇잎지고 억새꽃도 말라 버썩거리는 가을 끝자락, 해도 많이 짧아졌다. 잎 다 내려놓은 나무들은 홀가분하기만 할까. 낙엽 밟는 소리도, 아련한 추억도, 정오의 햇살 속에 잠시 머물다가고, 뼈처럼 늘어선 가로수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종횡무진, 낙엽을 굴리며 휘파람을 분다. 떠날 것들 다 보내고 난 뒤 허전하고 쓸쓸한 가을 끝자락이 ‘침묵 속에서 태어난 둥근 통증 같다’ 높푸른 가을하늘이지만 곧 서리 내리고 냉혹한 겨울이 들이닥칠 텐데... ‘누군가 주먹을 내지른 듯’ 명치가 아픈 11월이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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