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의 진화
김왕노(웹진 시인광장 주간)
디카시는 경남고성이 고향인 이상옥 시인이 창시자이다. 하여 디카시의 발원지는 경남고성 장산 숲이다. 선구자 역할은 한국디카시인협회 김종회 회장, 한국디카시학회 이어산 회장, 최광임, 박우담, 이기영, 천융희 시인이며 이승하, 공광규, 송찬호, 이정록, 복효근 시인도 디카시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본인도 디카시를 영상화한 모음집을 제작, 유튜브로 75 회 탑재하고 다수의 디카시 강의와 자료 제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디카시와 우리 전통문화와 어떤 맥락이 닿아 있나 따져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므로 살펴보기로 한다.
『옛 그림은 늘 문학작품과 쌍을 이룬다. 그림 속 글귀가 어떤 의미인지 알면 평범한 그림이라도 새로운 뜻이 생기고, 공인받는 명품이라면 한층 심오한 뜻을 깨칠 수 있다.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옛 그림 속 문학작품을 알기 쉽게 해설하며 그림과 글 모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독자를 이끈다. 그림 속에 아예 유명한 시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도연명의 시를 표현한 정선의 부채그림 두 폭이 그 예다. 도연명의 ‘음주(飮酒)’ 중 한 구절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다가(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그윽이 남산을 보노라(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를 표현했다.』 [출처] 그림, 문학에 취하다|작성자 ace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반드시 그렇지 않지만 옛 진경산수화나 문인화나 그림에 화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선인의 그림 속 화제(畵題)는 현대의 포토포엠(photo poem)처럼 그림에 관해 표현하는 방식이나 디카시처럼 그림에 대한 개인의 감정을 이입하거나 주관적으로 그림을 해석해 그림위에 서체로 남기기도 했다. 강세황의 영통동구 -송도기행첩, 백석담도-송도기행첩의 화제나 표암 강세황의 제자였던 김홍도 그림의 화제도 현세에 전해져 우리가 그 글과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시대에 많은 그림에 비평을 남긴 분이 강세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사진이라 할 수 있는 그림에 화제를 쓰는 것이 현재의 디카시와 유사하다. 조선시대의 선비는 전문적인 화공(畵工)은 아니었지만 많은 문인화 작품, 화공의 작품에 글을 적으므로 자신의 그림을 쉽게 이해하기 쉽도록 또는 개성이 강한 그림으로 탈바꿈하게도 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우리는 그림에 글을 적는 풍류를 즐기는 민족의 혼이 실려 있다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박제가의 어락도(魚樂圖)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박제가의 어락도(魚樂圖) 안에 물고기들이 놀고 있다.
큰 물고기 두 마리는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고 또 다른 물고기는 다가온다.
피라미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큰 물고기를 따른다.
새우 한 마리가 물풀 옆에서 몸을 구부리고 있다.
화가는 물고기의 입, 비늘, 지느러미의 모양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이며 실학자인 초정 박제가*(楚亭
朴齊家: 1750~1805)의 수묵화, 어락도(魚樂圖)
조선수묵화는 대개 먹의 농담(濃淡)과 간솔한 필치를 이용해 그림의 상징성에 중점을 두고 그려지는데, 박제가의 어락도(魚樂圖)는 매우 사실적이고 치밀하다. '화제(畵題)'로 그림 우측 상단에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의 한 대목인 '네가 그것을 알고 내게 묻는데, 나는 그것을 호(濠)의 물 위에서 알았네‘ <知之而問我 我知之濠上也>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박제가가 40후반에 그린 이 어락도는 얼른 보면 동양회화의 전통에 따른 평범한 물고기 그림이다. 그러나, 우리 실학사에 뛰어난 지성이던 박제가가 그린 그림이며, '화제'로 장자를 인용하고 있다는 면에서 색다른 탐구의 동기가 주어진다. 이것이 또한 나의 눈길을 강하게 끈 요인이기도 하다.』[출처] 박제가 |작성자 빈수레
박제가의 어락도를 보면 알 수 있듯 현재의 사진이라 할 수 있는 어락도에 화제를 첨가하고 있다. 본인의 생각을 장자 글의 한 부분을 인용해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만약 박제가가 본인의 주관으로 감정이입으로 '화제(畵題)'를 썼다면 완벽한 고전 디카시라 말 할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 사진이라 할 수 있는 그림에 '화제(畵題)'를 쓰므로 현대에 탄생한 디카시와 유사성이 많다 할 수 있다. 인문학이 쇠퇴해가는 현재, 시대적 요청에 의해 필연적으로 디카시가 탄생할 수밖에 없고 디카시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현대에 디카시가 생활문학으로 순수문학장르로 자리매김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문학 장르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디카시도 많이 진화했다. 디카시의 작법에서 촌철살인 일필휘지를 외쳤으나 아울러 디카시를 읽는 독자도 촌철살인과 일필휘지처럼 단번에 디카시의 느낌으로 초대받아야 할 양방향성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필자는 곧 독작(獨酌)이라는 디카시집을 낸다. 게릴라, 이별 그 후의 날들, 아담이 오고 있다와 함께 4 권의 디카시집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디카시 작품상과 제 1 회 한국디카시학작품상을 받고 우리나라 최초 디카시평론가 1호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디카시를 위해 더 정진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기로 하며 필자의 디카시 몇 편을 선보이기로 한다.

선유도에서
오늘 나는 저 꽃게에 잡히고 싶다.
게장의 꽉 찬 속살과 게딱지가 되어
그대가 몇 술의 밥으로 비벼먹는
그대를 위한 밥도둑이 되고 싶다.
* 2023년 5월 11일 발간 디카시집 독작(獨酌)에 수록

.독작(獨酌)
상처라도 끊여 혼자 홀짝이니
미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3월호 발표
* 2023년 5월 11일 발간 디카시집 독작(獨酌)에 수록

엿들은 대화
당신, 피우던 담배 끊었다고
앉아도 금연구역에 앉지만
이 봄날 명심해
바람도 제발 피우지 말기를
웹진 『시인광장』 2023년 5월호 발표

사랑
사람이 사랑 하는 사람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가난한 사랑일지라도
사랑에 목숨을 다 걸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나 천지사방에 목숨 걸 사랑을 찾지 못해
오늘도 철새처럼 떠도는 무수한 사람이여
웹진 『시인광장』 2023년 5월호 발표

꿈
꿈을 가둔다는 것은 불가하다.
벽을 아예 뚫고 나온
상아를 가진 아프리카의 꿈
꿈은 꼭 이래야 한다며 가르친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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