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쑥
한희숙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이
항암효과 성인병예방 당뇨병 등
만병에 효험이 있다며
끓는 물에 삶기도 하고
설탕에 버무려 항아리 속에 눌러 담기도 하면서
눈에 보이기만 하면 뿌리째 뽑혀 나갔습니다.
이러다간 멸종이 될 것 같아 불안했지만
우리는 암말도 안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인가 부터는
인증이 안 된 낭설이라 효험이 없다며
우리를 못 본 척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암말도 안했습니다.
좋다고 했던 것도, 아니라고 했던 것도
모두 저들 마음의 흔들림이었던 것을
우리들이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암말도 안했습니다.
애시 당초 개똥 쑥이라 이름 지어져
불릴 때에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때도 우리는 암말도 안했으니까요.
[출처] 개똥쑥 / 한희숙|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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