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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덤/마경덕

에세이향기 2021. 7. 30. 16:20


책 무덤

 

 

마경덕

 

 

주소를 달고 누런 봉투에 그대로 갇힌 책

 

닫힌 책은 입이 사라지고

한 묶음의 침묵이 된다

 

냄비받침이나

기우뚱한 의자 다리에 깔려 죽어가거나

낱장으로 뜯겨 딱지가 되거나

끝내 고물상의 폐지가 되거나

 

한 번도 세상을 만나지 못한 시

그대로 잊히는 소설

 

종이의 뼈가 누렇게 휘어진

고서(古書)가 되도록 살아남을 수는 없을까

 

작가의 쓰라린 눈물이

밤새 펄펄 끓던 시인의 심장이 식어가는데,

 

갇힌 저 글자들은

언제 무덤을 열고 나오나

 

미친 듯이 책은 쏟아지고 쏟아진다

오늘도 무덤을 향해

 

[출처] 책 무덤 / 마경덕|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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