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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엎지르다/이재무

에세이향기 2021. 9. 12. 15:56

엎지르다

이재무

저녁을 먹다가 국그릇을 엎질렀다

남방에 튀어오른 얼룩을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박박 문질러 닦다가

문득 지난 날들이 떠올려졌다

엎지른 것이 어찌 국물 뿐이었을까

살구꽃 흐드러진 봄날

네게 엎지른 감정

울음이 붉게 타는 늦가을

나를 엎지른 부끄럼

시간을 엎지르며 나는 살아왔네

물에 젖었다 마른 갱지처럼

부어오른 생활의 얼룩들

엎지른 것이 어찌 국물 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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