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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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돌/손진은

에세이향기 2022. 3. 17. 15:44

 

 

 

손진은

 

 

 

노당리 뒷산

​홍수 넘쳐 물살 거친 계곡 밑으로

​쪼그만 돌들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노당리의 산과 들

​지난 수십 년의 계절과 햇빛 바람 다져넣고도

​동으로 혹은 서으로 머릴 누이고

​낯익은 백양나무 강아지풀 개구리 울음 뒤로 한 채

​이 마을 사람들 대처로 대처로 나가듯

​물살의 힘 어쩌지 못하고 떠내려간다.

​떠내려가서

​형산강 하구나 안강 쪽 너른 벌판

​낯선 땅에서 발붙이며

​지푸라기 다른 돌들과 섞여 부대끼거나

​길이 막히면

​굽이진 어느 구석 외진 도랑에서 비를 긋거나

​구름자락 끌어 덮으며 길들여지다가

​비가 오면 또 떠밀려갈 것이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그냥 안주하기도 하는 돌들의 행려(行旅)여.

​몇몇 친숙한 식구가 떠난 뒷산 계곡의 남은 돌들

​더 깊은 시름에 잠기고

​세찬 여름비의 며칠이 지나고 햇빛 쨍쨍한 날

​가슴에 이끼날개 달고

​밤 속으로 은빛 공간 열며

​별이 되는 꿈을 꾸는

​조약돌 몇이 얼핏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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