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렵 악기 한 소절/박성현-
담장 밑 버려진 소주병에 바람이 들었습니다 볕이 내려앉아 알맞게 데우고 갔습니다
날벌레 몇 마리도 깊숙이 들어갔다 걸어 나왔습니다 조용히 숨죽이며 날개를 접었습니
다 어디선가 금 간 소리들이 들렸습니다 모락모락 부풀고 느릿느릿 퍼졌습니다 악보가
수집하지 못한 소리라 생각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음표와 음표 사이에 고여 있는 말들이
었습니다 멀어서 늦은 당신처럼 기록되기를 잠시 멈춘 가을, 그 무렵의 악기 한 소절이
늦은 달을 틀어 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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