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손택수
솥이라면 바닥이 까맣게 탔겠다, 누룽지 긁는
쾡한 숟가락에 밑바닥 구멍이라도 났겠다. 울 아버지
밥 벌러 온 땅 밥 벌러와 병을 얻고 누운 땅
대학병원 창문 밖 산과 산 사이가 말 그대로 가마솥 모양이다.
소금이라도 굽듯 산과 산 사이에 바다를 퍼담고 있다.
벚꽃이 산능선을 끓어오른다. 밥거품처럼, 무쇠솥뚜껑 들어
올리는
몇 해만 몇 해만 더 머물고 뜨자던 땅 산능선 기어오른 집
차마
떨치지 못하고 쉰 해를 더 눌러앉고 만 땅
꽃빛이 까칠한 능선 경계를 넘어간다. 제 몸을 넘어가는, 넘
어가는 저 산빛
묵직하게 내려앉은 몸을 들어올리는 산빛,
살도 아니고 뼈도 아닌데 몸은 몸이라 그친 몸을 들썩거린
다, 며칠째
깨어나지 않는 이마를 짚고 돋아난 소금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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