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림
길상호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스위치를 끄면 어둠이 고여드는 방
밤은 적당히 짜고 달고 매콤하고
얽힌 손길에 더는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지금은 저 방에 나란히 갇혀야 해요
배꼽 속 지루한 인연이 모두 우러나오고
눈에 담긴 통증도 흐물흐물 풀리면
액자 속 다정했던 시절로 우리
찰칵 찰칵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요
방 안 가득했던 어둠이 졸아들면
정수리에 모여든 쓸쓸한 거품을 걷어주면서
이제 어떤 말에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
짭조름한 심장을 갖고 살기로 해요
한없이 뒤척이게 되더라도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들기 위한 일
검은 밤이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안 되니까
심장의 불꽃을 중불로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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