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혹은 사랑/이재무
못 박는다 벽은 한사코, 들어오는
막무가네의 순애보 밀어내고 튕겨낸다
그러나 망치 잡은 두툼한 손의 고집
벽은 끝내 막을 수 없다
일자무식하게 꽝꽝 박을 때마다 진저리치는
벽, 아주 인색하게 몸 열어 관계 받아들인다
단단한 살 헤집어 가까스로 뿌리내린 자의
저 단호하고 득의에 찬 표정을 보아라
벽은 못 품고 살아간다
들어올 때 아퍼서 울던 울음 뒤
생긴 상처 아물면서
못은 비로서 벽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게 된것이다
아주 먼 후날 못은 벽 떠날 날 올지 모른다
그날의 벽은 이제 제 안에 깊숙히 박힌
사랑 내주지 않으려 끙끙 앓으며
또 한 번 검붉은 녹물의 설음 찔찔 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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