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한 모 앞에 두고 / 허정진 밤새 불린 흰콩을 맷돌로 곱게 갈아낸다. 어처구니를 힘들이지 않고 다루는 여유가 삶의 근력처럼 믿음직스럽다. 가마솥에서 천천히 끓여가며 알갱이가 몽글몽글해지면 베자루로 비지를 걸러내고, 뽀얀 콩물에 간수를 살짝 뿌려 서서히 순두부를 만든다. 그 덩어리를 틀에 넣어 누름돌로 눌러주면 물이 빠지고 두부가 완성된다. ‘두부 만드는 일은 게으른 며느리에게 맡겨라.’는 말처럼 오랜 과정을 꾹 참고 지켜보며 정성과 심혈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곧 장인정신이다. 오일시장 귀퉁이에 오래된 두붓집을 들렀다가 두부 한 모를 사 왔다. 속이 꽉 찬 것 같은 하얀 속살이 자기 생의 이력서 인양 오지고 탱탱하다. 뭘 해 먹을까? 된장찌개에 숭덩숭덩 잘라 넣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