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가는 길/ 이명지 "야는 그럴 아가 아이다! 성당에 다니는 아는 나쁜 짓을 안 한다" 그때 내게 족쇄 하나가 철커덕 채워졌다. '성당에 다니는 애, 그래서는 안 되는 애'가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성당이 두려워진 건 그때부터지 싶다. 엄마는 우리 마을에서 유일한 신자였다. 늘 일손이 부족한 농촌인데도 일요일이면 깨끗한 한복을 차려입고 성당엘 갔다. 그것은 파격이었다. 시골 사람들은 그런 엄마를 두고 겉멋이 들었다느니, 바람이 났다느니 말이 많았다. 심지어 그걸 허용하는 아버지를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엄마는 사람들의 입방아가 신경 쓰였는지 막내인 나를 데리고 성당에 다녔다. 어린 내 눈에도 엄마는 참 고왔다. 평소에는 때 묻은 무명옷에 머리에 흰 수건을 쓰고 농사일을 하던 엄마가 성당에 가는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