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살/김은주 가을이 내리는 골목길은 한적하고 쓸쓸하다. 인적 없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거기 곧 쓰러질 듯 집 한 채 있다. 주황색 양철지붕 아래 한 뼘 크기의 일자집이다. 여닫이 방문 두 짝과 작은 창이 하나 있는 조촐한 여염집이다. 방문 앞에는 낮은 나무 책상이 둘,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위에 누가 꺾어다 뒀는지 빈 병에 코스모스 한 줌 꽂혀 있다. 오른쪽 추녀 아래로 감나무 한 그루 서 있고 그 아래 블록으로 쌓아 올린 허름한 부엌이 있다. 부엌문은 따로 없고 군용천막을 말아 올렸다 내리는 정도로 문을 대신하고 있다. 예배당 종지기로 일생 살다간 권정생의 생가다. 마당에 무성하게 잡초가 자라나 폐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분의 삶에 비춰보자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나아 보인다. 물색없이 조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