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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 둥한 어깨 / 이재무

에세이향기 2024. 4. 29. 14:40

기웃 둥한 어깨 / 이재무

 

 

한쪽으로 형편없이 기운 어깨가

달팽이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저 기울기는 시대의 풍속과 간난의 세월이 만든 것

들끓다 솟구쳐 오르는 불온한 피

몸의 제방이 되어 막아왔을 어깨

시간에 단련될수록 각질은 두꺼워진다

어깨는 적응 혹은 순응의 표상

그러나 큰 울음의 발동기 돌릴 때는

눈코입보다 먼저 시동이 걸리는 어깨

봐라, 저게 저 사람의 전력이다

질통, 책보, 따블백, 배낭, 가방 등속 메지는 동안

파인 홈과 돌출한 뼈

추 잃은 저울인 냥 기웃 둥한 생

수평을 잃은 높이는 때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한가

반원으로 둥글게 몸을 만 사내가

계단 층층에 숨을 질질 흘리며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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