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전체 글 1878

삶의 최소단위, 숟가락 / 마혜경

삶의 최소단위, 숟가락 / 마혜경   조용히 밥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땐 말을 하지 않는다. 나에게 밥은 하루만큼의 태엽이고 끈끈한 다정함이다. 어둠과 고통이 밀려올 때마다 밥이 그리워진다. 나에게 말은 의미의 모양이며 활짝 열리는 관계의 끈이다. 밥이 키운 말들이 따뜻한 손이 된다고 들었다. 그러므로 입은 소리를 찍어내는 틀이자 생명을 불어넣는 밥의 입구가 된다. 밥을 먹을 때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들어가는 밥과 나오려는 소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말하면서 밥을 먹을 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온전히 들어가야 할 밥과 오롯이 나와야 할 소리가 같은 지점에서 만나면 무척 낯설어진다. 난 그날 이후로 목구멍에서의 이 어색한 조우를 정리했다. 밥은 밥대로, 소리는 소리대로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

좋은 수필 09:14:51

희망의 단서 / 이성환

희망의 단서 / 이성환     실바람에도 흔들린다. 손쉽게 꺾일 만큼 연약하지만 제 뜻을 굽히지는 않는다. 그것들이 팔짱을 끼고 엮이면 쉽게 떼어 낼 수 없는 힘받이가 된다. 사물을 지탱하고 뭇 생명에게 도움을 주는 자들의 위대한 힘이다.  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짚신이나 똬리, 달걀 망태가 눈길을 끈다. 메줏덩이를 매단 서너 가닥 지푸라기나, 쌀 한 섬이 거뜬히 담기는 가마니가 새삼스러운 느낌이 든다. 짚풀을 꼬고 엮는 손재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지 싶다.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듯 미약한 몸피가 어떻게 무거운 것을 받아들이고 지탱할까. 약하고 허름한 것이 칡 줄기처럼 실하게 되는 동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얼핏 보면 알맹이는 가고 껍데기만 남아 있다. 사물의 중심이 아닌 군더더기에 불과..

좋은 수필 09:11:52

[공문서 작성 바로 알기] 띄어쓰기

[공문서 작성 바로 알기] 띄어쓰기 공문서 쓸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 띄어쓰기의 올바른 표기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 공문서의 ‘띄어쓰기’① ‘제-’와 같은 접두사‘제-’는 ‘그 숫자에 해당되는 차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므로 뒷말과 붙여 씁니다.또한 외래어(섹션)보다는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예시) 제 1섹션 → 제1 부문(원칙), 제1부문(허용)② ‘-여 / -쯤 / -가량’과 같은 접미사‘-여 / -쯤 / -가량’은 접미사이므로 앞말과 붙여 씁니다.예시) 50여명의 → 50여 명의내일 쯤 → 내일쯤일주일 가량 → 일주일가량③ 호칭어나 관직명성과 이름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씁니다.예시) 홍길동씨 → 홍길동 씨행정안전부장관 → 행정안전부 장관④ ‘본, 총..

우리말 2025.01.02

별이 되어 / 김필령

별이 되어 / 김필령    밑에 길게 드러누운 황토밭,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의 느린 훈시를 듣고 서 있는 아이들처럼 어린 감나무들이 고개를 떨구고 줄지어 서 있다. 붉고 푸른 단풍나무가 밭둑을 따라 담장처럼 빙 둘러쳐져 있어 산밭은 더욱 아늑하고 고요하다.​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 신발을 벗고 밭고랑을 타고 들어가 한 뼘 자란 풀을 뽑는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아픔보다 더 큰 슬픔이 있으랴.’ 한 움큼씩 뿌리째 뽑혀 올라올 때마다 창자가 끊겨 나간듯이 배를 쥐어짠다. 구토가 일어난다. 피눈물이 고이고 두 무릎은 어느새 땅에 꽂혀있다.​ 산밭에 오르는 두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돌아가면 오래도록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있었다. 흙벽은 허물어지고 비스듬히 쓰러져 있는 슬레이트 지붕은 낡은..

좋은 수필 2025.01.02

귀꽃 / 김보성

귀꽃 / 김보성      폐사지에서는 나의 말[言]을 방목해도 괜찮다. 모든 것이 벌거벗은 채로 퇴색되어 고요로 쌓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더듬던 연꽃은 까만 연자를 품어 동안거에 들고, 고인을 헤아리다 지친 귀부의 몸통은 덩그러니 황토 자리를 깔고 앉았다. 제각각 흩어진 돌들이 사고무탁으로 노거수에게 제 몸을 맡기고 무연하다. 햇살은 담백하게 내려앉고 바람은 가식 없이 방랑한다. 계절이 비껴간 터는 옛날의 어스름을 닮아 홀로 담담하다. 젖은 숨이 바삭해진다. 사초는 은빛으로 일렁이고 그 뒤를 바람의 소리가 뒤따른다. 아무도 말이 없다. 귀를 열어 소리를 담을 뿐이다. 침묵 속에 나 홀로 소란하다. 하지만 말의 무게를 누르고 고요의 결을 느끼면 생각은 비워지고 몸은 가벼워진다. 점점 내 안의 풍경 속으로 ..

좋은 수필 2025.01.02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절규/박계옥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  절규나는 누구일까괜히 문들어진 입 내 안에 도시리고 있는또 다른 모습아, 길 길은 아직도 아득히 먼데 - 박계옥 시인(중국) ****수백 년을 살았을 법한 나무가 불에 타버렸는지, 아니면 고사목이 되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앙상한 몸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된 자신의 본 모습에 경악하는 나무의 절규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아직은 푸르게 창창한 앞날이 많을 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한탄과 아쉬움으로 점철된 고뇌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한 생을 다하고 돌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오랜 세월 비바람 견뎌낸 우람한 자태와 당당한 모습은 수백 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아직 갈 길 많이 남아있다고 서럽다고 하지..

좋은 시 2025.01.01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_단풍 단상/정현숙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_206  단풍 단상멀리서 바라볼 땐 곱기만 하더니가까이 가서 보니 흠투성이네하긴, 세상에 좋은 사람은 많아도알고 보면 완벽한 사람은 없더라- 정현숙멀리서 보면 곱고 예쁘기만 한 단풍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저렇게 흠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이걸 사람살이에 비유하고 보니 더더욱 와 닿네요. 그래요. 세상에 흠 없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다만, 그 흠결이 얼마나 적은가 많은가에 달렸겠지요. 조금 떨어져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는 몰랐던 그 사람의 단점이 어느 선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발견하게 될 때가 있는데 사람에 대한 실망은 좀 오래 가더라구요. 얼마 전 믿고 있던 사람이 나 몰래 뒤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일이 있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데 ..

좋은 시 2025.01.01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_따듯한 국화/박해경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_212  따뜻한 국화가을이 다가오자시들했던 국화들이살아나고 있다쌀쌀해진 골목길이데워지고 있다- 박해경(2024 제2회 창원 세계디카시페스티벌 작품집 수록작)*****날이 추울수록 국화의 빛깔은 더욱 선명해진다. 아무리 추워도 그 색을 잃지 않아서 옛 선비들의 작품에 절개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국화빵으로 탄생해서 서민들의 간식거리로 사랑을 받아 왔다. 이 국화문양으로 만든 풀빵은 밀가루 반죽을 풀처럼 만들어서 굽는 것인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빵틀에서 국화꽃처럼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삼켜지고 온 몸이 따뜻해져 오면서 그 고소한 냄새가 온 골목길을 돌아 집집마다 배어드는 것만 같다. 퇴근 길 어깨마저 ..

좋은 시 2025.01.01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비행운을 바라보며/이태희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  비행운을 바라보며막막한 허공을 날아본 적이 있는가빽빽한 숲을 헤쳐본 적이 있는가열사의 사막을 횡단한 적이 있는가망망대해 홀로 건너본 적이 있는가그대 온몸으로 생애를 건너고 있는가- 이태희 시인(2023년 《디카시》 겨울호 수록)****막막한 허공에 비행기의 흔적이 길게 남겨졌다. 온 몸으로, 홀로 가는 저 시간들을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비추어 생각한다. 허무와도 같은 ‘막막한 허공’을 견뎌야 하는 시간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빽빽한 숲’ 속에서 행여 자신이 가야할 방향과 가치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열사의 사막’과도 같은 견딜 수 없는 허기와 갈증을 과연 극복할 수나 있을지, 언제 구조가 될지도 모르는 막연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바다 한 가운데 같은 외로움과 고통을..

카테고리 없음 2025.01.01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정리가 필요한 순간/김선애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_245  정리가 필요한 순간/김선애쓸모없는 것들과잡동사니로 차고 넘치는 서랍아직도버릴 걸 버리지 못한내 욕심 주머니가 보인다- 김선애****2024년 마지막 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저 서랍 하나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개인적인 일에서부터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들까지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얼마나 적절한지 실감이 된다. 저 서랍 속 정리되지 않고 뒤섞여 있는 물건들처럼 뒤엉켜있는 나의 한 해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결심해야 하는 것들로 수북하다. 새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버릴 건 버리고 비울 건 비워야겠다. 잡동사니로 가득한 공간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집어넣을 수는 없으므로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내 욕심 주머니를 과감하게 버려야겠다. 나이가 들면서 ..

좋은 시 2025.01.01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 - 어떤 조문

이기영 작가의 디카시 한 편 - 어떤 조문  어떤 조문/권현숙쪼들린 살림 환히 필 거라더니꿀맛 같은 날 올 거라더니죽을 둥 살 둥 일만 하더니 눈치도 없이 환한 봄날 수필가(2023년 한국디카시연구소 디카시신인문학상 수상작) ******************************************************봄, 모든 것이 사라진 것만 같던 대지에 생명이 있음을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죽음은 생각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다 환하고 즐겁고 활기차서 어둡고 우울한 것들은 아예 없어야 하는데,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에 맞이한 어느 죽음은 그래서 더 안타깝고 쓸쓸하다. 일만하다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죽음이, 원 없이 피어난 꽃을 배경으로 조문 온 조화처럼 병풍으로 둘러친 저 눈치 없이 환..

좋은 시 2025.01.01

헌옷/김왕노

헌 옷 /김왕노 잠든 아버지 내가 벗어 던진 헌 옷 같다.다려도 주름이 사라지지 않는 아버지스타일도 뭐도 없이덧대 바느질을 할 수 없을 정도로실밥 터지고 낡아 남루한 아버지어머니도 손질하다가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아버지일터에서 지쳐 돌아와쉰내 나는 곤한 잠이 들었다.뱀 허물처럼 늘어져 잠이 들었다. 피곤한 세상을 두고겨우 잠으로 도망가신 아버지 흑 하고 치받는 내 울음이 들킬까 봐아버지에게서 멀어지자아버지는 한 번 더 버려지는 헌 옷이다.   ​경상도 가랑잎/김왕노 보훈병원 병상에 가랑잎이 된 자형이 바스락거리고 있었다.고엽제 환자인 자형의 말라서 드러난 핏줄은가랑잎에 도드라진 잎맥이었다.월남전 참전에서 한 잎 가랑잎으로 굴러서 끝내 병상까지 온경상도 가랑잎 한 장병문안 간 내게 기어코 일어나 그간 팽개친..

좋은 시 2025.01.01

젊은 날을 소환하다_ 조태숙

젊은 날을 소환하다_ 조태숙  하늘에 덧대어 구름을 깁듯삶의 곡선을 거슬러 올라​한 올 한 올흐릿한 기억을 수선하고 있다 _ 조태숙  여인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꿰매고 있는 걸까. 고요한 배경의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앉아 있는 그의 실루엣은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지만 여전히 단단하다. 세상의 상처와 갈라진 틈을 마주하며, 그것을 아물게 하기 위해 실을 꿰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감상: 설강

좋은 시 2025.01.01

봉인해제/이은솔

24. 11.15(금)_ 제민일보_소하의 디카시 산책_에는 김영빈 시인의 디카시 '봉인해제'가 초대되었습니다.​​_본문​비움으로 비로소 해탈에 이른 조개를 본다. 아니 회중시계를 본다. 그는 이제 시간이 멈춘, 더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이라는 경계 너머에 앉아 깊은 삼매에 든 수도자처럼 고요하다. '스마트폰 사진의 달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영빈 시인의 작품이다. 역시나 영상언어가 주는 울림이 크다.​썰물 지는 갯벌 위로 윤슬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는 사진 속은 한 점의 바람도 없이 한 점의 구름도 없이 그저 고요하기만 할 거 같은 풍경이다. 그 풍경에 '봉인해제'라는 제목이 붙었다. ‘거짓말처럼’ 평화가 깃드는 순간이다. ​빈속을 훤히 드러내고 앉은 저 회중시계 속에는 어떤 시간이 봉인되어 있었..

좋은 시 2025.01.01

숫돌을 읽다 / 허정진

숫돌을 읽다 / 허정진    어느 시골 마을에서 빈집들을 둘러본 적이 있다. 잠시 거주할 요량이었는데 '편리'보다 '운치'를 찾고 있었다. 마을 끝자락에 자그마한 집이 마음에 들었다. 겉과 뼈대는 그대로 두고 실내 일부만 개량한 옛집이었다. 일자형 안채와 아래채, 손바닥만 한 텃밭까지 갖춘 집 구조가 아기자기하다. 더구나 집 울타리가 요즘 흔치 않은 대나무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고즈넉한 풍경도 곁들었다. 바람결에 댓잎 흐르는 소리, 마당 한구석에 기울어진 오후의 볕살이 넉넉하고 느릿한 시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장독대 옆에 수돗가가 있다. 예전에는 우물터였음직한 정겨운 그림자들, 돌확과 돌 빨래판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여름철이면 수박이나 참외를 동동 띄워놓기도 하고 아이들 줄 세워 어푸어푸 등물도 켜던..

좋은 수필 2024.12.28

풍화 (風化) / 박종희

풍화 (風化) / 박종희  오래된 사찰이 안겨주는 편안함과 축적된 시간이 느껴지는 단청의 멋스러움에 끌려 절을 찾는다. 고찰(古刹)의 역사만큼이나 마음이 깊어지는 곳.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린 날, 마곡사에 발길이 닿았다. 눈 위에 먼저 길을 내준 사람들의 발자국을 밟으며 들어서는데 속세를 벗어나 법계로 들어선다는 해탈문이 반긴다. 사찰의 정문 역할을 하는 해탈문과 천왕문을 통과해 경내에 들어섰다.  고작해야 30여 분 거리에 있는 마곡사를 얼마 만에 왔는지. 코로나가 발생하기 훨씬 전에 다녀갔으니 족히 5,6년은 지난 것 같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비스듬한 듯 불안해 보이던 5층 석탑도 그대로다.  연말이라 그런지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며 탑돌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을 뒤로하고 대광보전으로 ..

좋은 수필 2024.12.26

종소리 - 강숙련

종소리 - 강숙련 ​     누가 시(詩)를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 했다. 밀레의 ‘만종’ 앞에 서면 ‘소리로 그린 감동’이란 표현으로 그 말을 써 보고 싶어진다. 문화의 차이는 감성의 차이도 만든다는데, 종소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다가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중에 종소리만한 것이 있을까. 형체도 없는 것이, 잡아 가두려야 가둘 수도 없는 것이 마치 청동의 꽃에서 나는 향기라고나 할까. 교회나 사찰의 새벽종소리를 들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통도사 절 밑에 있는 어느 호텔로비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경영주인 지인(知人)이 술잔을 가볍게 부딪치며 덕담을 건넸다.  “올해는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수필이란 종소리 같은 ..

좋은 수필 2024.12.25

위장 / 곽흥렬

위장 / 곽흥렬 청개구리는 계절에 따라 몸 빛깔을 달리한다. 카멜레온의 변신술이라든가 대벌레나 나뭇가지사마귀 같은 곤충들의 위장술은 실로 감쪽같다. 하도 정교하다 보니 웬만큼 세밀한 관찰력이 아니고서는 일쑤 속아 넘어가게 되어 있다. 이들의 위장은 무엇보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물리적 약자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는 위장만 한 무기도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위장이야말로 먹이사슬의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에게서 목숨을 지켜낼 수 있는 최대의 호신술일 터이다. 꼭 방어의 목적만은 아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공격의 방편으로도 위장은 아주 훌륭한 전술이 된다. 뱀이며 악어 같은 포식동물들의 위장은 강자가 지닌 최적의 무기다. 특히,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좋은 수필 2024.12.25

음식에 관한 말

음식에 관한 말[ㄱ]   감투밥; 그릇 위까지 수북하게 높이 담은 밥.  감화보금; 농어나 숭어 같은 생선의 살을 난도하여 펴서, 채소를 놓고 말아 쪄서 토막토막썰어 놓은 음식.  강고도리; 물치의 살을 오이 모양으로 뭉쳐 말린 식료품.  강조밥; 좁쌀로만 지은 밥.  거멀접이; 찰수수 가루를 반죽하여 둥글넓적하에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 낸 뒤 팥고물을  묻히거나 전병으로 부쳐 소를 넣고 접은 떡.  건건하다; 맛이 좀 짜다.  겪이; 음식을 차리어 남을 대접하는 일.  곁두리; 농부, 일꾼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  고수레; 1.흰 떡 따위를 반죽할 때 끓는 물이 골고루 가게 하는 일2.무당이 굿할 때나 들에서  음식을 떼어 던지며 부르는 소리, 또는 그 일.  고수레떡; 고수레하여 반죽한 덩..

우리말 202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