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수박을 샀을까 못 샀을까
박제영
태안에서 당진을 잇는 한적한 지방도를 지나던 승용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한 여자가 내려서는 갓길 좌판에서 수박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흥정을 시작했는데,
할머니 이 수박 얼마예요
올해 날이 궂어서유
아니 이 수박 얼마냐고요
긍께 품이 많이 들어서유
그러니까 얼마 드리면 되냐고요
대충 줘유 서울 사람이 잘 알겄쥬 촌것이 알간디유
만 원 드리면 될까요
냅둬유 소나 갖다 멕이게
서울서도 만 원이면 살 수 있는데요
그럼 서울서 사지 여까지 왜 왔슈
그러지 마시고 좀 깎아주면 안 돼요
서울깍쟁이 서울깍쟁이 하더만 진짜구만유
그럼 이만 원에 세 개는 어때요 싸게라도 많이 파는 게 좋잖아요
냅둬유 썩어지면 거름이나 주지유 머
그 여자, 결국 수박을 샀을까 못 샀을까 내 엿 내가 만들어 파는 것이니 엿 값은 엿장수 맘이라는데 대형마트의 그 많은 수박 값은 누가 정하는 걸까 “소값 개값 되고 돼지금 똥금 되어 논 두 마지기 홀랑 날리고 미친 지랄 몇 년에 불알만 덜렁 남았다”*던 48년 생 문태환 씨는 지금 어찌 사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