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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고등어를 굽다가/김수열

에세이향기 2023. 7. 23. 09:06

 고등어를 굽다가 

                          김수열
 
등 푸른 고등어 한 손 사다
절반은 구이용으로 패싸고
나머지는 조림용으로 토막 내고
 
불판에 올려 고등어를 굽는다
적당히 달구어 뒤집어야
유연한 몸매 그대로 살아
푸른 물결 찰랑이는데
대책 없는 서툰바치
뒤집을 때마다 몸통 갈라지고
머리통 떨어져나간다
능지처참이다

사람 만나는 일
더도 덜도 말고 생선 굽듯 하라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 망가뜨리면서
나는 여기까지 왔을까
또 얼마나 많은 사람 무너뜨리면서
남은 길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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