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의 싹
— 생명은 모종(某種)의 분노.
신종호
짧고 굵은 분노다. 수백만 겹의 부드러운 함성이 씨앗의 정수리를 뚫고 4월의 땅으로 솟구쳐 올랐다. 예민하고 단단한 녹색의 송곳니들이다. 검은 흙 위에 음표처럼 박혀 바람의 연주를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폭탄들. 길들은 소리의 뇌관이 되어 나의 무력(無力)을 탐색한다. 싹들의 분노가 나의 혈관을 점령하고, 나는 그들의 확성기가 된다. 어둡고 우울했던 심장의 벽을 물어뜯는, 낯설고 강렬한 이빨들의 아우성. 4월의 주먹들이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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