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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김길녀

에세이향기 2021. 10. 5. 12:08
옛집


김길녀


이제 옛집 빈터에는 산수유꽃만 사태지고 있다
버즘처럼 썩어가는 모과와
꽃바람에도 꿈쩍 않는 늙은 감나무 옆
부르튼 살결의 산수유 가지 끝에
차마 떨구지 못했던
지난해 붉은 산수유 열매
할머니 쪼그라든 젖꼭지 같다
서둘러 골짜기로 찾아드는
저녁 햇살 붉다
덩그마니 댓돌 위에 앉은
흰 고무신 바람그늘 속
그네 타는 노란 꽃귀신들
풍장으로 뼈만 남은 허물어진 담벼락
감싸 안은 초록 넝쿨은
금이 간 장독 안에서
새벽이슬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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