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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할미꽃의 재봉틀 / 김태경

에세이향기 2021. 12. 25. 14:08

동강할미꽃의 재봉틀 / 김태경

 

솜 죽은 핫이불에 멀건 햇빛 송그린다

골다공증 무릎에도 바람이 들이치고

재봉틀 굵은 바늘이 정오쯤에 멈춰있다

 

문 밖의 보일러는 고드름만 키워내고

숄 두른 굽은 어깨 한 평짜리 가슴으로

발틀에 하루를 걸고 지난 시간 짜깁는다

 

신용불량 최고장에 묻어오는 아들 소식

호강살이 그 약속이 귓전에 맴돌 때는

자리끼 얼음마저도 뜨겁게 끓어올랐다

 

감치듯 휘갑치듯 박음질로 여는 세밑

산타처럼 찾아주는 자원봉사 도시락에

그래도 풀 향기 실은 봄은 오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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