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의 재봉틀 / 김태경
솜 죽은 핫이불에 멀건 햇빛 송그린다
골다공증 무릎에도 바람이 들이치고
재봉틀 굵은 바늘이 정오쯤에 멈춰있다
문 밖의 보일러는 고드름만 키워내고
숄 두른 굽은 어깨 한 평짜리 가슴으로
발틀에 하루를 걸고 지난 시간 짜깁는다
신용불량 최고장에 묻어오는 아들 소식
호강살이 그 약속이 귓전에 맴돌 때는
자리끼 얼음마저도 뜨겁게 끓어올랐다
감치듯 휘갑치듯 박음질로 여는 세밑
산타처럼 찾아주는 자원봉사 도시락에
그래도 풀 향기 실은 봄은 오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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