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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막사발/이남순

에세이향기 2021. 12. 25. 14:05

막사발/이남순

 

 

왜바람과 맞서느라 금이 간 허리 안고

이저리 차이다가 이 빠지고 살 터진 채

이름도 개명을 했다, 꼼짝없이 '이도 다완'

 

선비들의 찻상에도 의젓하게 올라갔고

비가 새는 난달 부엌 흙바닥에 엎드려서

저 백민 간당한 목숨도 숨죽이며 지켜봤다

 

장독 위에 별을 띄워 정화수 받아 놓고

퇴락한 왕조 앞에 그래도 살아보자고

어쩌다 비겁한 목숨도 그렁그렁 달래었다

 

개밥그릇 냉가슴도 참을 말이 따로 있지

분에 넘친 대접하며 기고만장해 봤댔자

우리네 도공 품에서 주먹 쥐고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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