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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농담/천양희

에세이향기 2023. 1. 4. 16:12
오래된 농담/천양희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홥환수 가지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 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평이나 더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 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 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 알이나 더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 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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