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개업' 거울 / 고지숙 밤새 곰팡이가 담쟁이넝쿨처럼 자라 있었다. 장마가 시작된 탓인가. 며칠 사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 듯했다. 벽지가 찢어지지 않게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더니 미끈거리는 검은 습기가 묻어났다. 물티슈로 닦아내고 신문지로 문질렀다. 축축하던 벽지가 군데군데 떨어져내렸고 그 뒤로 시멘트가 조금 드러났다. 그런데도 곰팡이가 피었던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흐릿해지고 옅어졌지만 여전히 흔적은 남아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여느 때처럼 거울로 가렸다. 절망처럼 급속도로 피어나던 곰팡이를, 그 벽을. 좁은 방에는 못이 딱 하나 박혀 있었다. 전에 살던 누군가가 박은 못이리라. 내가 방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못은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 못에 거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