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 정성록 봄의 전령사들이 남도의 이른 봄소식을 들려준다. 오백 년 된 황매화의 향기를 맡으며 꽃들의 이야기에 귀를 모아본다. 청량한 물소리가 흐르는 지리산 한 자락을 살포시 끼고 앉은 경남 산청군 남사면 예담촌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가장 아른다운 마을 1호로 선정될 만큼 고택들과 주변 경관이 조화롭다. 돌담을 타고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따라 골목을 돌아 깨끗한 양반가의 고택을 둘러본다. 바람이 빈 집의 주인인 냥 우리를 맞이한다. 어릴 적 살았던 내 고향집 같은 어느 고택에서 나도 몰래 발이 붙어버렸다. 빗장 걸린 안채를 비켜 바깥마당으로 나오다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초가로 된 사랑채 헛간에 있는 멍석이었다. 먼지 쌓인 멍석에서 아버지의 냄새가 폴폴 날아 오르고 나를 고향집 헛간으로 데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