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정경해
삶이 누룽지 같을 때가 있다
이제 막다른 길이라며
솥을 껴안고 바짝 눌러 붙어
떼를 쓰는 누룽지 같은
으르고 달래고
속을 박박 긁어 봐도
제 말이 옳다 우기는
홧김에 푸념 가득 물 한 바가지
확 끼얹으면
눈물 퉁퉁 반성하며
마음 풀고 일어서는
때로는 모진 삶이 미워
등짝 한번 갈기고 싶지만
돌이켜 보면
구수한 날이 더 많았던 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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