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의 문양 - 김경주 1 저녁에 무릎, 하고 부르면 좋아진다 당신의 무릎, 나무의 무릎, 시간의 무릎, 무릎은 몸의 파문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살을 맴도는 자리 같은 것이어서 저녁에 무릎을 내려놓으면 천근의 희미한 소용돌이가 몸을 돌고 돌아온다 누군가 내 무릎 위에 잠시 누워 있다가 해골이 된 한 마리 소를 끌어안고 잠든 적도 있다 누군가의 무릎 한쪽을 잊기 위해서도 나는 저녁의 모든 무릎을 향해 눈먼 뼈처럼 바짝 엎드려 있어야 했다 "내가 당신에게서 무릎 하나를 얻어오는 동안 이 생은 가고 있습니다 무릎에 대해서 당신과 내가 하나의 문명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내 몸에서 잊혀질 뻔한 희미함을 살 밖으로 몇 번이고 떠오르게 했다가 이제 그 무릎의 이름을 당신의 무릎 속에서 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