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 김시헌 밤중에 잠을 깰 때가 있다. 대개는 용변 때문이다. 일어나서 툇마루를 지나 마당에 내려서면 어떤 때는 달빛이 하다. 오밤중에 보는 둥근 달은 신비하기조차 하다. 티 없이 트인 달의 얼굴에서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달처럼 환해진 것 같은 자기 마음에 대한 착각이리라. 화장실이 마당을 건너가야 나타나기 때문에 밤에 달을 보는 것은 화장실로 해서 얻는 부수입이다. 달빛이 아까워서 마당에서 좀 서성거리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문을 다 열어 놓은 방안은 달빛의 여광으로 사람과 물건을 낮같이 볼 수 있다. 방에는 아내가 혼자 잠들어 있다. 아내의 나이는 지금 오십에 육박하고 있다. 여름이어서 이불을 걷어찬 채로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모기장 속에 갇혀서 세상을 잊고 있는 아내의 몸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