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하는 일 - 이영광 슬픔은 도적처럼 다녀간다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끓인 불, 울음이 꽉 눌러 터뜨리려 하면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버린다 뒤늦은 몸이 한참을 젖다 시든다 슬픔은 눈에 비친 것보다는 늘 더 가까이 있지만, 깨질 듯 오래 웃고 난 다음이나 까맣게 저를 잊은 어느 황혼, 방심한 고요의 끝물에도 눈가에 슬쩍 눈물을 묻혀두고는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다 슬픔이 와서 하는 일이란 겨우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내는 일 울음은 몸이 끓인 불이에요. 울음이 내는 소리를 울음이 담긴 몸이 들어요. 몸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몸이 끓인 불을 식히느라 울음은 또 계속 나오지요. 슬픔은 무엇인가요? 안쪽으로부터의 통증. 먼 곳에서부터 스며든 습기. 젖고 난 뒤 시들 때까지 습기를 놓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