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장도 김희숙 검劍이 사는 집이다. 금으로 수놓은 별자리에서 푸른빛이 품어나는 사인검과 티끌조차 산산이 자를 것 같은 날렵한 충무도 사이에 긴 대나무 도검 한 자루가 쓸쓸하게 서 있다. 녹물을 덮어 쓴 칼날은 마치 초로의 노인이 벽에 등을 대고 있는 듯 대나무 지팡이에 비스듬히 기대었다. 낙죽장도 전시관을 둘러보다가 나는 그 칼 앞에서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한참을 서성이다 죽장도의 지난한 시간을 읽는다. 대지팡이는 순리를 거슬렀다. 흙속으로 뻗치던 뿌리를 머리로 삼았고 위로 솟구치던 마디는 도리어 다리가 되어 바닥을 짚는다. 누르스름한 거죽에 거뭇거뭇한 손때가 버짐처럼 남았으나 마디마디는 살아 있어 여전히 꼿꼿한 자태다. 대나무와 쇠칼이 짝을 이루었다. 연둣빛 새순을 틔웠을 줄기 안쪽에 생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