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종이 울릴 때 / 김희숙 그리움으로 노을을 만난다. 도심 한복판 빼곡한 고층 사이로 붉은 조각이 설핏설핏 보이다가 언덕을 벗어나면 그렁그렁 추억이 고인 핏빛 하늘이 안겨온다. 그런 날에는 어디선가 하교를 알리던 종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댕~댕~댕. 소리를 좇아 눈길이 먼저 서쪽으로 달려간다. 도시의 삶에 두 발이 지친 날, 마음을 앞장세워 노을을 찾아간다. 태양과 나란히 달리면 해당화 꽃잎을 간질거리는 갯바람과 자갈 굴리는 파도가 거북바위에 부서지는 서쪽 끝에 가 닿는다. 사람들은 그곳을 영광 백수해안도로 노을길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어디 가나 지는 해는 볼 수 있으련만 해안선 따라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노을 지는 광경을 한시도 놓치지 않는 길이라 얻은 이름일 것이다.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느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