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8/15 2

잠은 힘이 세다 / 권현옥

잠은 힘이 세다 / 권현옥아직 안 자도 되는 시간이구나. 저렇게 불빛이 찬란하잖아.거실로 나가 보았다. 앞 동의 불빛이 띄엄띄엄 살아 있다. 불이 꺼진 창은 벽이 되었지만 편해 보였고 부러웠다. 창이 살아 있는 집을 보면 반가우면서 위안이 되었다. 하루의 끝을 잠에 밀어 넣고 어제와 오늘의 선을 긋고 싶은데 배턴 터치가 순조롭지 않다. 손을 뻗어도 잠이 받아주질 않는다. 괜스레 불안한 호흡, 터덜터덜, 급기야 의욕도 없이, 그러다 앞 동의 불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아직 안 자도 돼.잠이 쏜살같이 달려와 낭패를 봤던 시절은 젊었을 때다. 형편없는 체력은 잠에게 참패를 당했고 ‘코끼리나 말처럼 두세 시간만 자도 살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며 욕심을 채우지 못한 일상을 잠 때문이라며 아쉬워했다. 잠을 ..

좋은 수필 2024.08.15

치목 / 최명임

치목 / 최명임   이날을 위하여 몇 생이나 거쳐 왔을까. 오동의 현신을 눈으로 어루만진다. 열두 현을 퉁기니 하르르 피어나는 만상의 소리, 강물처럼 흘러간다. 뉘 가슴 어드메를 건드려 파문을 일으키려고….  경북 고령에 있는 우륵박물관을 찾았다. 소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 먹먹한 가슴으로 역사의 장을 돌아보았다. 해설사가 뒤꼍에도 꼭 들러보고 가란다. 우륵박물관 뒤꼍에 염천 불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곳에 오동목이 개개의 판목으로 나뉘어 나른하게 늘어서 있다. 서른 즈음에 불려 왔다는 오동목이 하오의 땡볕 아래서 진을 빼고 있다. 일 년 차는 빳빳하게 서서 눈으로만 투덜투덜, 애송이 곁에 삼 년 차가 가탈 부린다. 오 년 차는 그들을 바라보며 싱긋이 웃는다.  오동나무는 본디 목질이 가..

좋은 수필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