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힘이 세다 / 권현옥아직 안 자도 되는 시간이구나. 저렇게 불빛이 찬란하잖아.거실로 나가 보았다. 앞 동의 불빛이 띄엄띄엄 살아 있다. 불이 꺼진 창은 벽이 되었지만 편해 보였고 부러웠다. 창이 살아 있는 집을 보면 반가우면서 위안이 되었다. 하루의 끝을 잠에 밀어 넣고 어제와 오늘의 선을 긋고 싶은데 배턴 터치가 순조롭지 않다. 손을 뻗어도 잠이 받아주질 않는다. 괜스레 불안한 호흡, 터덜터덜, 급기야 의욕도 없이, 그러다 앞 동의 불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아직 안 자도 돼.잠이 쏜살같이 달려와 낭패를 봤던 시절은 젊었을 때다. 형편없는 체력은 잠에게 참패를 당했고 ‘코끼리나 말처럼 두세 시간만 자도 살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며 욕심을 채우지 못한 일상을 잠 때문이라며 아쉬워했다. 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