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의 지구 독법 /허은규 열대야라는 단어를 들으면 서울이 커다란 세숫대야이고 그 속에 물이 출렁이듯 열기가 고여지는 상상을 한다. 켜져 있는 가로등, 거리 가득한 간판의 불빛들마저 죄다 열기구로 보이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땀을 훔치면서 “한국도 이젠 사계절이 아니라 여름, 겨울의 두 계절이야”라고 푸념을 쏟을 때 어김없이 폭염은 찾아왔다.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청계천과 합류하는 정릉천의 물가엔 메리야스만 입은 채로 장판 위에 앉은 아저씨가 휘적휘적 부채를 부치고 있다. 그 옆에는 몸매가 푸근한 아주머니가 슬리퍼도 벗지 않은 채 누워서 들척이고 있다. 은박지 장판 위에 누운 모습이 꼭 임연수어 굽는 모습 같다. 한낮의 더위는 톰슨가젤처럼 도로 위를 파닥파닥 뛰어다녔고, 저녁에 열기는 습지의 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