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땅이 온다 / 홍윤선 저 청색은 빨강에서 시작되었다. 황토에 녹아든 홍색이 소나무 줄기를 적시고 가지 끝에 이르러 온통 푸르게 타오른다. 청청한 불꽃에 결이 있다면 노송의 바늘잎처럼 연약하나 심지는 강렬할 것이다. 적토와 적송이 하나로 몸을 태워 훨훨 뻗쳐오르더니 하늘 가에 파랗게 닿는다. 벌건 태양은 멀리서 조용히 거들 뿐이다.마을 뒷산으로 들어가는 첫머리에 ‘의령 성황리 소나무’가 서 있다. 동네 어귀에서 안길을 따라 네댓 집 지나면 이내 마주하는 천연기념물이다. 땅심을 뚫고 나온 뿌리가 살길을 찾아 가파른 지면을 더듬는다. 얼기설기 엮고 부챗살마냥 펼쳐 날뛰는 비탈을 버텨낸다. 온전히 혼자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몇이나 되던가. 서로 기대어 의지처를 마련한다. 다시 흙살을 파고든 노근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