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이문자 도대체 댁은 뉘시냐고 탈출은 또 웬 소리냐고 물으시겠지요. 이런 말 있지 않습니까요. 뭐가 빠진 놈이니, 인간이니 하는… 나, 우리 주인님과 오랜 세월을 동거 중에 퇴짜를 맞고 쫓겨난 바로 그 녀석입니다요. 점잖게 ‘담낭’이라고들 합니다만 내겐 ‘쓸개’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내 주인도 그리 불렀으니까요. 이 몸, 일곱 번 이상이나 강산이 변한 세월을 제 소임만 다해왔을 뿐, 졸지에 밖으로 끌려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기진맥진 만신창이가 된 내게서 집도의가 꺼낸 건 어이없게도 돌덩이 구슬 두 개. 흡사 쌍둥이처럼 닮은 커다란 구슬이었네요. 어디 닮을 게 없어 일란성 쌍생아처럼 닮은 걸까요. 이녁의 출현에 수술실이 술렁거렸네요. 어릴 적 갖고 놀던 유리구슬 흡사하다나 뭐나.얌전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