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좋은 시

백년의 오지, 백년의 미로 / 박제영

에세이향기 2024. 3. 26. 14:06

백년의 오지, 백년의 미로 / 박제영

카트만두를 여행하는 것과

카트만두를 사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수십 년을 살았지만

밑도 끝도 모를

당신이라는 오지를 살아내면서

당신이라는 미로를 살아내면서

아직도 우리는

서로의 중심에 닿지 못했으니

서로의 극점을 찾지 못했으니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닿지 못할

서로의 오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서로의 미로를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영원히 닿지 못해도 좋을

백년의 오지, 백년의 미로를 함께 살아내는 것

우리가 백 년을 해로하는 방식일 겁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봉골목/최연수  (1) 2024.03.30
옥수수를 기다리며 / 황상순​  (1) 2024.03.26
마지막 봄날에 대한 변명 / 이영옥  (1) 2024.03.26
완경으로 가는 배 - 오랜 방황의 끝  (1) 2024.03.17
식구/이경림  (0)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