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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론

디지털 시대의 문장력 / 김시래

에세이향기 2022. 4. 19. 21:44

디지털 시대의 문장력 / 김시래

상도동 중앙대학교 후문에 유명한 닭볶음탕집 식당이 있다. 종로에 본적을 둔 계림닭도리탕이다. 대로변에서 올려보면 2층창문에 "곧 60년"이라는 문구가 눈에 뜨인다. "곧"이라는 토를 단 이유가 뭘까? 대학동기의 손에 이끌려 점심과 반주를 겸한 그곳의 인상은 그렇게 다가왔다. 솔직한듯해서 나쁘지 않았다. 반면 다소 의심쩍기도 했다. 방송국이 추천한 맛집이라며 제멋대로 미끼를 던지는 식당이 어디 한둘이던가. 가게안으로 들어서니 주방쪽 테이블 벽쪽에 걸린 액자에도 다소 긴 문장이 적혀 있었다. "맛있으면 이웃에게 알리고 맛없으면 주인에게 알려주세요". 라는 글귀였다. 무슨 큰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창문에 적힌 글과 더해 가식없는 주인의 마음씀씀이를 가늠케했다. 그렇다면 맛도 그랬을까? 맛도 그랬다. 적어도 훌륭한 가성비의 맛이였다. 이웃에게 알릴 만했다. 이 식당은 마지막에 식사용으로 칼국수를 넣어준다. 밀가루가 후두둑 떨어지는 칼국수 사리를 넣을 때 이걸 여기서 직접 반죽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마스크너머로 "칼국수를 제일 잘하는 집에서 가져왔어요" 라고 대답하며 바삐 사라졌다. 툭하고 내뱉는 말투와 경쾌하고 부지런한 몸짓은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믿음이 갔다. 그런 스타일의 화법은 다른 손님에게도 그런 이미지를 남길 것이였다. 그녀의 말은 창과 벽의 문장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문장은 그래야 한다. 덧칠하지말자. 쿨해지자. 있는 그대로를 꾸밈없이 전하면된다. 우리는 모두 발가벗겨져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었다. 가공된 이미지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설득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내용으로 승부하는 실체의 시대다. 본질로 승부해야 한다. 맨얼굴로 나서려면 내면이 훌륭해야하듯 제품이 좋아야 마케팅도 효과를 거둔다. 여기에 몇 가지 유의할 점을 밝힌다. 첫번째는 제품력 그 자체다. "떠~억!"이라는 현수막을 내세운 분당의 떡집이 맛집이 된 것은 카피가 아니라 맛 때문이다. 그 부근의 한 미용실은 오픈할때 "머릴 못하는 집"이라고 간판을 걸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진짜 머리를 못했다. 얼마안가서 고객의 발길이 끊겼다. 좋지 않은 소문이 천리를 간다. 천만에, 지금은 만리를 간다. 사방팔방으로 순식간에 퍼진다. 두번째 포인트는 제품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다. 제품 패키지든 종업원의 유니폼이든 매장의 진열대든 구매가 이뤄지는 현장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곳이 길거리에 늘어선 상점이나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마트폰속에도 상거래가 가능한 채널을 깔아야 한다. 옴니채널전략이다. 당신의 물건을 무료로 팔아줄 매장과 점원을 마련해라. 내 후배 이성모대표(45)는 스마트폰속에 ㈜프렌즈허브라는 스토어 앱을 만들어 기능이 뛰어난 마스크와 치솔치약세트를 팔아 한달에도 수백만원씩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건만 괜찮다면 실시간으로 고객과 만나 제품을 알리고 즉석에서 주문을 받는 실시간 영상점포로 입점이 가능하다. 그립(Grip)이 시작해서 엄청난 성장율을 보이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다. 게다가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은 고객의 취향과 기호를 복제한 아바타가 대리만족을 위한 거래를 수행한다. 세번째는 당연히 온라인광고다. 24시간 고객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안 구석구석으로 행동유발형광고를 끼워넣고 직접반응을 유도하고 댓글을 끌어모아 다시 퍼트려야한다. 매출과 연결되는 키워드 검색광고(SA)와 배너광고(DA)가 그것이다. 예산이 허락한다면 브랜딩 영상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입소문과 결합시켜 단기간에 매출로 연결시켜라. 모두 옛날에는 어림없던 일이다. 하지만 이제 클릭만으로 문 앞에 물건이 배달된다. 광고는 원스탑 솔루션이 다. 디지털 시대의 문장과 카피도 그래야한다. 고객의 머리가 아니라 행동을 끌어내라. 이미지를 만들어 선호도를 증대한다는 TV광고시대의 작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글을 말처럼 꺼내라. "먹다보니 주량이 두배로 늘었어요!". 술 좋아하는 친구가 극찬한 간장약 광고카피다. 뭘 근사하게 보이려고 덧칠하지 말라. 그냥 있는대로 술술 풀어내라. SNS문장도 마찬가지다. 폼잡고 멋부리며 변죽을 울려보라. 코웃음과 외면, 싸늘한 무플에 시달릴 것이다. 여백이 있는 공간이 아름답듯이 문장도 읽는 이의 몫으로 상상력의 여지를 남겨야한다. "여자둘이 살고있습니다","하마트면 열심히 살 뻔했다", "죽고 싶지만 떡복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제목도 그렇게 태어났다. 대교약졸이라고 했다. 기교보다 관점에 집중하자. 과도한 스토리텔링을 자제하고 내용에 충실하라는 말이다. 군더더기를 들어내면 뼈대가 살아날 것이다. 당신의 주장에 때를 묻히지 마라.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그대로 옮겨라. 어깨에 힘을 빼고 평상시 말하듯이 글로 옮겨라. 가미와 윤색을 버려라. 누구나 문장가가 되는 세상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