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황 진 숙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희망에 부풀고 절망에 주저앉으면서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 인연의 고리 만들기가 어디 쉽더냐. 뭉치고 치대고 끊어지며 나름의 결을 만들어 가는 것, 하나의 숨구멍으로 호흡하는 살갗을 만들어가는 것. 이해관계를 셈하지 않고 온 가슴으로 서로를 받아들여야 함이다. 풀어질 수 없는 끈끈함과 퍼질 수 없는 찰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일 테다. 온전히 하나 됨만이 농익은 맛을 낼 수 있다. 웃자란 풀이 풋내를 풍기듯 미숙함은 풋맛을 주고 지나침은 신맛을 낸다. 수백 겹의 인내심으로 이루어진 파이의 결들이 내뱉는 향에 환호하고 촉촉한 식빵이 주는 담백함에 젖어 들지니.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으로 겹겹의 밀푀유를 만들듯이 치열하게 치댄 시간만이 우리가 지닌 오묘한 매력을 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