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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같은 바다는 없어요/박재연

에세이향기 2023. 2. 4. 06:03

같은 바다는 없어요


박재연




당신에게는 백 년 동안 술에 취해 살다간 한량의 유전자가 흐르고
나에게는 극지를 유랑하며 살다 간 무사의 유전자가 흐른다


당신은 서해의 개펄에 나가 하루치 식량이나 캐며 살자고 하지만
나는 동해의 해풍에 두통이나 말리며 살고 싶다


동해와 서해는 다른 바다일까


해가 지고 또 지는 서해는 사람을 살리는 바다라고 하고
단호하게 파도치는 동해는 냉정해서 싫다는 주장이 있다


당신은 육산에서 태어나 고기잡이를 좋아하지만
나는 악산에서 태어나 은산 철벽을 좋아한다


바다는 바다이고 산은 산이기만 한 걸까
당신은 당신에게로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는 중일까


물 때 달력이 한 장 남은 서해 바닷가 야외식탁


노을과 바다는 한통속으로 붉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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