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신덕룡
폭설이다. 하루종일
눈이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눈을 감아도 환한 저 길 끝
아랫목에서 굽은 허리를 지지실 어머니
뒤척일 때마다 풀풀, 시름이 날릴 테지만
어둑해질 무렵이면 그림자처럼 일어나
홀로 팥죽을 끓이실 게다.
숭얼숭얼 죽 끓는 소리
긴 겨울밤을 건너가는 주문이리라.
너무 낮고 아득해서
내 얇은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눈그늘처럼 흐릿해서 들여다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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