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픈 부위/송경동
허리가 아프다
어려서부터 어깨에 지게 된
시멘트 밀가루 포대 물엿 상자
질통 곰빵 산소통 LPG통 알곤통의 무게가
다 허리로 갔다
팔이 아프다
평택 대추리에서 전경들에게
목 졸리며 앓게 된 목디스크 증세다
용산 철거민 투쟁 쫓아다니다
교통사고로 재발했다
무릎이 아프다
여긴 복합골절이다
종일 쭈그려 하던 용접일 탓도 있지만
가두 시위하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조인트를 까인 후부터다
하지만 정작 더 아픈 건
굳은 머리와 가슴이다
온몸에 덕지덕지 노동과 저항의 상처를 달고도
더 이상 세상의 외부를 꿈꾸지 않고
자꾸만 개량으로 타협으로 기우는 잔 머리
분노를 잃어버린 냉가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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