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게에 대한 반가사유/김경윤
어제는 평생을 갯가에 산 어머니가
안부 대신 화랑게젓을 한 보시 보내왔다
염천에 밥맛 잃은 나는
저녁 밥상머리에서 아스슥 손톱만한 게를 씹다
문득 짭조름하고 달콤한 게젓 국물이
조선간장으로 우린 어머나의 눈물만 같아
먹던 밥숟갈을 내려놓고 우두커니 앉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머나에게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런 따뜻한 말 한 번 해본 적 없었다
갯벌같이 질퍽이는 세상살이 열 발로 기어가며
알량한 자존심 땜에
체면이란 딱딱한 껍질을 벗지 못하고
그저 속살 없는 화랑게처럼 무심하게 살았을 뿐,
누군가를 위해 눈물 한 번 흘린 적도 없었으니
탈파하며 성장하는 게처럼 나도
이제 딱딱한 허물을 벗고
누군가를 위해 울고 싶구나
짭쪼름하고 달콤한 어머니의 화랑게젓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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