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첩
정윤천
너를 열고 싶은 곳에서, 너에게로 닿고 싶을 때
아무도 모르는 저 은밀한 해제의 지점에서
쇠나비 한 마리가 방금 날개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그의 차가운 두 닢이 바스락거리기라도 하듯이
한번은 펼쳐주어야만, 나는 너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를 한번 열어, 너에게로 간다는 사실은
어딘지, 너 이전의 지점 같기도 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긴 날개의 쇠나비 한 마리가
비로소 활짝 펼쳐주었다는 일이다
사랑의 경계에는 한사코 쇠나비 한 마리가
접은 날개의 기다림으로 깃들어 있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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