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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한지(韓紙)/신달자

에세이향기 2023. 4. 29. 06:58

한지(韓紙)

 

   신달자

 

 

 

저 허공의 질감이 어떻더냐

 

햇살 지나고 박살나는 피투성이 천둥 지나고 할퀴듯 사나운 폭풍 하며

 

연한 몸빛의 달빛 지나고 연한 쑥물 봄바람 지나고

 

그 다음에 늘씬하게 두들겨 태어나는 한지

 

종이의 질긴 정신은 죽음을 넘어왔다

 

세상이 뱉어내는 것들 다 안아 들인

 

그래서 낮은 보폭으로

 

깊은 침묵 안에

 

얼어붙는 겨울 대지에 쏘옥 고개 드는 싹

 

소리 없이

 

도도한 사람의 정신 여기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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