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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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경첩/정윤천

에세이향기 2023. 4. 29. 06:31

경첩

 

             정윤천

 

 

너를 열고 싶은 곳에서, 너에게로 닿고 싶을 때

 

아무도 모르는 저 은밀한 해제의 지점에서

 

쇠나비 한 마리가 방금 날개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그의 차가운 두 닢이 바스락거리기라도 하듯이

 

한번은 펼쳐주어야만, 나는 너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를 한번 열어, 너에게로 간다는 사실은

 

어딘지, 너 이전의 지점 같기도 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긴 날개의 쇠나비 한 마리가

 

비로소 활짝 펼쳐주었다는 일이다

 

사랑의 경계에는 한사코 쇠나비 한 마리가

 

접은 날개의 기다림으로 깃들어 있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