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공의 달집
박철영
1미터 이십 센티의 철선을
엿가락처럼 잘 다루어야 하고
눈대중으로 어디를 휠 것인가와
발판의 간격을 정밀하게 배열
흩어진 두 개의 발판을 목덜미처럼 어루만지는 것
휘청대는 중심을
지지해 줄 허공과 허공을
목측으로 풀어낸 허수를 정수처럼
순간 나꿔 채 입력한 뒤
쓰러지지 않을 만큼 파이프를 꼬라박아
점 같은 구멍을 마술처럼 꿴다는 비계공*
바닥 빼곤 온통 하늘까지 텅 빈
천애의 무한 공간에 발판을 얹어
사람 키만큼 바닥을 높여가는 비계 작업
단 한 곳이라도 놓칠 때면
죽음이라는 허망한 끝을 볼 수 있어
철선으로 하나씩 곤한 몸을 틀어 매다 보면
거대한 구조물이 허방을 꽉 채우곤 하지
하루에 수도 없이 새 떼처럼 대오를 지어
망망한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 듯
눈으로 점을 찍어 채웠다 헐었다
마법이 벌어지는 율촌 공단 내 조선소 블록 공장
발판을 시공하는 사람들 어깨 뒤로
노을이 허물어지기 직전까지
비틀고 조여 매달다 보면
순천 왜성 위로 뜬 달이 허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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